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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004.11.03., 50년대 격동기 한국미술 多모였네

언론보도

by 구로 김영환 2024. 1. 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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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구로 김영환(1980년대, 서울 방배동 자택 화실에서)

1950년대는 미술사에서 불모의 시대다. 전쟁으로 시작된 50년대는 미술 활동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불황기다. 50년대는 또 반세기가 흘렀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미완의 장으로 남아있다. 월남한 혹은 북으로 간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조명하는 작업이 온전히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50년대 중ㆍ후반은 한국 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된 시기라는 점에서 역동적 시기이기도 하다. 국전에 반발한 김구림 김영환 박서보의 반국전 선언, 반아카데미즘, 앵포르멜 등 새 회화운동이 일어난 격동기다.

 

화랑협회(회장 김태수)가 한데 만나기 힘든 50년대 작품들을 그러모아 모처럼 의미 있는 전시회를 연다.

6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여는 화랑미술제 특별전으로 마련한 `1950년대 격동기의 한국미술`은 구본웅 김구림 권영우 박서보 임군홍 이응로 이중섭 등 한국 화단을 이끌어온 작가 33명의 증언과도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격동기 작가들의 의식의 단편과 미적 형식의 변이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다.

추상회화작가인 장석수의 거친 붓질로 그려나간 `광녀`(1955년)와 `단절`(1959년)은 표현주의에서 추상표현주의로 나아가는 작가의 이행기를 보여준다.

아카데믹한 자연주의 화풍을 지향해온 박득순의 `UN군의 도강`(1958년), 박영선의 `9월 서울입성`(종이에 수채ㆍ1950년), 최영림의 `남으로 가는 길`(1954년)은 전쟁의 처절함과 급박한 정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오히려 담백함이 깊은 슬픔을 안겨준다.

권영우의 `폭격이 있은 후`, 김영주의 `검은 태양-십자가` 등도 전쟁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어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임군홍은 월북 혹은 납북작가 가운데 우리에게 작품이 그나마 알려져 있는 작가다. 작가의 1950년께 작품으로 보이는, 검고 굵은 터치로 음울한 모습을 담아낸 자화상격인 `모자를 쓴 남자`(미루나무에 유채)와 비교적 부드러운 터치의 `행여`(종이에 유채)는 작가의 표현주의 화풍을 잘 보여준다.

월남작가 황유엽은 소 그림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담겨 있는 그의 그림은 붉은 토양빛을 하고 있다. 작가가 피란길에 그린 `피난민 식당`(종이에 유채ㆍ1951년)은 멀건 죽이 담긴 그릇 위에 놓인 젓가락을 명증하게 보여준다.

김태수 화랑협회장은 "50년대는 사료정리가 잘 돼 있지 않아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며 사료 발굴의 의미도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0153294?sid=103&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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